The East Asian Society Of Dietary Life
[ Article ]
Journal of the East Asian Society of Dietary Life - Vol. 25, No. 5, pp.739-751
ISSN: 1225-6781 (Print) 2288-8802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Oct 2015
Received 09 Sep 2015 Revised 15 Oct 2015 Accepted 15 Oct 2015
DOI: https://doi.org/10.17495/easdl.2015.10.25.5.739

상주지역의 불천위제사 제수문화에 관한 연구

김귀영 ; 김보람 ; 박모라
경북대학교 과학기술대학 식품외식산업학과
Study on Sacrifice Food of Bulchunwi Sacrificial Ceremony in Sangju Area
Gwi-Youngn Kim ; Bo-Ramn Kim ; Mo-Ran Park
Dept. of Food and Foodservice Industry, College of Science and Technology,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Daegu 41566, Korea

Correspondence to: Mo-Ra Park, Tel: +82-54-530-1304, Fax: +82-54-530-1309, E-mail: morapark@knu.ac.kr

Abstract

This study investigated the table settings used in Bul-chun-wi sacrificial rituals in Sangju, Gyeongpook Province. This study took place from May 2014 to April 2015 and incorporated field research and literature review. The subjects of the study were Sojae jongga (family head), Wolgan jongga, Ubook jongga and Ipjae jongga. There were four rows in the table setting of the Wolgan, whereas there were five rows in the other jonggas. In row 5, there were fruits, seeds and confections. In row 4, there were vegetables. In row 3, there was tang (stew); in row 2, juk (steamed meats or fishes) and pyun (rice cake); and in row 1, meh (boiled rice), geng (soup) and myun (noodles). The common food setting was arranged in the order of meh, geng, myun, ganjang (Korean soy sauce), poh (dried meat/fish), chimchae (water kimchi), dates, chestnuts, pears, persimmons, walnuts, bracken, bellflowers, croaker, pyun, and ssam (rice wrapped in lettuce leaves). Ubook jongga had the most number of stews at seven. Sojae and Ipjae jongga each had five stews, and Wolgan jongga had three. The smaller Wolgan jongga had gehjuk (boiled chicken), uhjuk (steamed fish) and yookjuk (boiled meat) arranged in a neat pile on one dish used for rituals, whereas Ubook jongga had gehjuk, uhjuk and yookjuk arranged separately. Sojae and Ipjae jongga had gehjuk arranged separately while yookjuk and uhjuk were arranged as dojuk (gehjuk, uhjuk, yookjuk). The uhjuk was arranged separately. In Wolgan jongga, po was arranged on the right while in the other jonggas, it was arranged to the left. For raw meat Ubook jongga, raw mackerel; Ipjae jongga, raw croaker, and Sojae jongga Yukhoe (beef tartare) were set. However, pork, chicken and croaker were cooked. Other ritual food were used in seasoning and boiling. In the geng Wolgan and Ipjae jongga used miyeokguk (seawood soup), whereas Sojae and Ubook jongga used tangguk (meat soup with vegetables). For the ritual food, most jongga ordered yoogwa, yakgwa and bonpyun as one part, rice cakes (steamed rice cake, glutinous rice cake, jeungpyun, gyungdan), and jehju (alcohol). The other ritual food was prepared on the day by jongga.

Keywords:

Bul-chun-wi, Jongga, Sangju, sacrificial ritual foods

서 론

경상북도(慶尙北道) 상주는 고대국가 사벌국에서부터 그 역사적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사벌주가 오늘날의 상주로 명명되는 시기는 통일신라시대로 경덕왕 16년 757년이다. 776년 당시 상주의 관할구역은 안동 임하면, 영주, 청송, 예천, 문경, 의성, 군위, 김천, 청원, 보은, 옥천, 영동, 황간의 일부지역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후 고려 성종(成宗) 14년(995년) 상주를 영남도(嶺南道)라 명하고, 상주에 경상도 12주 48현을 관할하는 절도사를 설치하였다. 오늘날 경상도(慶尙道)는 고려 충숙왕(忠肅王) 원년(1314년) 경주와 상주의 머리글자를 따 개칭한 것으로 상주의 역사적 유서를 가름할 수 있다. 하지만 상주의 전성기는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상주성의 함락, 수도와의 정치적 단절 등 대내외적 배경으로 1894년 상주감영이 대구감영으로 복속되면서 그 지위가 축소되기 시작하였다(Sangju city 2014). 이러한 상주의 역사적 배경은 상주가 상공업보다 농업을 중시하고, 근대화의 시기에 외부 문화 유입에 정서적 저항감을 갖게 되는 지역적 환경을 조성하였다고 할 것이다. 상주는 안동, 영덕에 이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와 유교문화를 가진 지역으로 종가는 15종가가 있고, 그 중 종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불천위 종가가 14곳이다(Sangju museum 2011). 불천위는 종가의 위상과 문중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며, 그 후손들이 자긍심을 고취하고, 품격을 유지해야 하는 당위성의 지표가 된다(Luy CK 2009).

한편, 도시화, 산업화는 보존과 전승의 가치보다 개혁, 창조의 가치를 우선하여 문화적 전통성보다 합리적 논리성을 지향하게 하였다(Kim GR 2008). 이로 인해 종가문화에 대한 가치가 굴곡, 폄하되고, 집성촌이 사라지면서 문중 중심의 종가조직 구조가 현대에 와서는 크게 와해되었다. 뿐만 아니라 종손이 타향(他鄕)생활로 종택이 비워지면서 문중이 종손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고, 혹은 종손이 그 지위를 지키거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 여건이 조성되지 않자, 종손을 포기하는 현실적 상황도 나타났다(Lee JS 2011). 그럼에도 최근 6차 산업이 중시되고, 그로 인해 문화산업의 사업발굴로 종가가 부각되면서 종가문화의 보존과 정신적 가치에 대한 의미가 사회적 공감을 얻기 시작하였다(Kim HS 2010; Lee JL et al 2013). Kim MS(2014)에 의하면 종가문화는 적어도 1세대를 30년으로 보고, 10대 이상 가풍(家風)을 전승하고, 집성촌을 이루며, 종택(宗宅)에서 거주한 가문이 불천위를 모시고 있다면 그 종가만이 문화적 독창성을 보유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종가의 문화적 독창성을 학문이나 사회적 성취로써의 기록문화, 정신적 규범문화, 고택(故宅)ㆍ사당(祠堂) 등 건축문화, 의례와 음식의 생활문화, 종회와 족계의 조직문화로 세분화하고, 종가문화 연구는 사회, 민속, 건축, 윤리, 식생활 등 통합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종가문화에 대한 연구는 20세기까지 정신문화 연구로써 유교에 대한 연구가 대부분이었지만, 21세기에 들어서서는 의례와 음식 등 생활문화에 대한 연구가 불천위 제례를 모신 종가대상으로 보고되기 시작하였다(Luy CK 2009). 그 중 우리나라 명문종가의 불천위 제례를 시리즈로 발간하기 시작한 국립문화제연구소는 2003년부터 2∼3편을 발간하여 27종가의 제례 문화를 소개하였고(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eal Heritage 2003; 2008), 영남문화연구소에서는 경북지역의 명문종가 34곳을 조사하여 보고하고 있다(Yonugnam culture institute 2011; 2013). 이들 자료는 제례의 전 과정을 세세히 기록하고, 제수에 대한 재료와 제수 사용의 역사적ㆍ문화적 배경을 최대한 설명하려 함에 따라 식문화적 차원에서는 종가의 음식문화를 파악하기 위해 매우 의미 있는 자료라 사료된다. 한편,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Kim MY 2014) 2014년 12월 현재 전국의 종가 수는 1,168개이고, 그 중 불천위를 모시는 종가가 434종가이며, 대구 경북에 불천위수(203위)와 종가 수(413)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따라서 지금까지 조사된 불천위 제사에 대한 연구는 전체 불천위 제례 수 기준 10% 정도에도 미치지 못하며, 또 대부분의 연구가 유명종가(Yoon SK 1996b; Choi JH & Park GS 2008)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어, 연구 주최는 다르나 조사대상 종가는 중복되기도 하였다.

식문화적 측면에서는 종가의 불천위 제례에 대한 조사가 1990년 후반부터 문화 콘텐츠 개발을 이유로 안동(Yoon SK 1996a; Yoon SK 1996b), 경주, 강릉, 대구, 충무 등지에서 조사되어 보고되었으나(Choi JH & Park GS 2008; Lim HS et al 2009; Park MY et al 2012; Yoon DI 2013), 종가 수가 경북에서 안동 다음으로 2번째로 많은 상주지역에서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제례문화는 가가례(家家禮)에 의해 독창적 규범을 집집마다 전하고 있어, 가문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라 짐작할 때 불천위 제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제물의 종류도 식문화의 보편적 원칙인 지역적 영향력의 범위 안에 저촉될 수밖에 없다는 점(Kim JM et al 2003; Jung BM 2005; Lim HS et al 2008; Lim HS et al 2009; Luy CK 2009), 또한 문중의 역사적 사건이나 내력에 의해 규율에 따를 수밖에 없음(Lee YC 1994; Yoon SK 1996a)을 감암하면 상주지역 종가의 불천위 제례음식은 다른 지역과 차별화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어 상주지역의 불천위 제례음식조사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상주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불천위 제사의 진설과 제수의 종류, 조리법을 문헌검증과 현장조사로 조사하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며, 상주지역 종가의 불천위 제례문화에 대한 이해와 종가의 내림음식으로 전해지는 제수문화에 대한 식문화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연구내용 및 방법

1. 연구대상 및 조사방법

상주시에서 조사한 종가연구(Sangju Museum 2011)에 의하면 상주지역에는 15개의 종가가 있고, 그 중 14개의 종가에서 불천위 제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불천위 제사란 신위를 사당에 모시고, 후손들이 영원히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일반제사처럼 1년에 한번 기일에 행해진다(Yoon SK 1996a). 그러나 일부 종가에서 음력 3월 15일과 음력 9월 15일 1년에 2회 제사를 진행한다고 하여 기일을 확인한 결과, 종가에서 지내는 기일과 그 분을 모시는 향교를 중심으로 지내지는 제사가 있어 2회로 모신다고 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상주지역에서 진행되는 불천위 제례 중 종택에서 종손이 주관하는 불천위 제사에 대해서만 연구대상으로 하여 현장조사와 문헌적 고증을 하였다.

Table 1은 상주지역 불천위 실태를 정리한 것으로 본 연구대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종가는 우복(愚伏)종가, 소재(蘇齋)종가, 입재(立齋公)종가, 월간(月澗)종가, 창석(蒼石)종가 총 5개 종가였다. 한편, 월간종가와 창석종가는 형제분으로 종택이 이웃하고 있고, 제례의 모든 절차를 같은 문중분들이 주관하고 있어 형인 월간종가만 연구대상으로 하였다. 이에 본 연구의 조사대상 종가는 총 4곳이었다.

The subject of Bul-Chun-wi sacrificial ceremony and Head Family

현장조사는 2014년 4월에서 2015년 5월까지 조사대상 종가의 불천위 제례에 참석하여 제수의 조리법과 종류, 진설도를 사진 및 비디오영상으로 촬영하였다. 아울러 종손과 종부, 제사를 관장하는 친족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통해 제례와 관련한 기록들을 심층조사 하였다.

2. 연구내용

본 연구는 상주지역 불천위 제사의 진설과 제수에 대해 현 실태를 조사하고자 4곳 종가의 불천위제사 진설도를 도식하고, 제수의 목록을 비교 고찰하였다.

1) 진설

불천위 제사를 실행하는 일부 종가에서는 진설도를 보유하거나, 진설의 규범을 기록한 문중책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대적 변화에 따라 제수품목이 변화되거나, 제구(祭具)가 바뀌며, 제관이 변경됨에 따라 진설이 제사 때마다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았다고 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연구기간에 진행된 불천위 제사의 마지막 제사상을 평면으로 도식하였다.

2) 제수(祭需)

불천위에 사용되는 제수(祭需)는 종가의 음식 중 내림성이 가장 뛰어난 음식이다. 비록 시대적 변화에 따라 제수음식을 일부 외부에서 주문하거나 구매하여 사용하는 경향은 있었지만, 가급적 직접 준비하려 하였다. 특히 외부에서 주문이 어려운 제수는 아직도 종가에서 직접 준비하고 있었기에 불천위 제사에 사용된 제수의 종류와 조리법을 조사하였다.


결과 및 고찰

Kim MY(2006)에 의하면 제물은 가문에 상관없이 공통적인 보편적 제물과 지역별, 가문에 따라 차별화가 보여지는 특수적 제물로 구별된다고 하였다. 또한 조선시대 제사규범의 지도서인 예기(禮記)에는 조상제사에 대한 의례형식이 세세히 기록되어 있으나, 제물이나 진설에 대한 기록은 세세히 기록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결국 각 종가에서 오늘날 실행하고 있는 제사의 제물이나 진설의 격식은 각 종가의 독창적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고하였다. 이에 상주지역 4곳 종가의 불천위 진설도와 제수음식에 대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불천위제례 진설도

한 문중의 적자(嫡子)가 공을 세워 국가나 유림으로부터 불천위를 봉작 받으면 파시조로 분가하여 새로운 문중을 형성하는데, 이 파시조 조상이 불천위 제사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한 문중의 불천위는 1인이며, 후에 그의 자손 중 누가 불천위를 새로이 봉작 받으며, 분가하여 불천위 제사를 받게 된다. 그러나 본 조사대상의 종가에서 우복종가는 불천위를 파시조 정경세와 그의 후손 정종로를 포함하여 2분의 불천위 제사를 모시고 있고, 입재 조우인종가에서는 파시조가 불천위 대상이 아니라, 그의 후손 조목수가 불천위를 받는다. 4종가의 불천위 대상과 진설도는 다음과 같다(Sangju Museum 2011).

1) 소재(蘇齋) 노수신(盧守愼) 종가의 불천위

소재 노수신(1515∼1590)은 조선개국공신으로 위세를 날린 경평공 상촌 노숭의 8대손으로 시문학과 학문이 출중하여 14년간 재상을 수행하고, 임금이 직접 시호를 내려 불천위로 추모된 인물이다(Sangju Museum 2011). 상주시 화서면 서산리 286번지에 위치한 소재종가의 불천위는 음력 4월 7일이며, 불천위 제사의 진설도는 Fig. 1과 같다.

Fig. 1.

Disposition plan of Sojae Bul-chun-wi.

소재종가의 불천위 제수는 진설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본상에 5열로 진설하였다. 진설도를 보면 제상의 남단인 5열에는 과일이 진상되는데, 조율시이(棗栗柿梨)외 제철과일로 사과와 호두가 진설되었다. 4열은 제주 중심에서 좌측에 포(脯)를 진설하고, 나물류와 조과(造菓) 순으로 진설하였다. 나물류 진설에도 서쪽에서부터 고사리, 도라지, 침채, 시금치, 콩나물의 순으로 진설되고, 동쪽에는 조과인 다식이 진설되었다. 3열에는 탕이 주로 진설되는데 소재종가에서는 5탕을 진설한다. 즉, 육(소고기)탕, 조개(홍합)탕, 어(명태)탕, 소(두부)탕, 무탕이 진설된다. 2열에는 적과 편을 주로 진설하는데, 육적과 어적을 괴어 올린 도적, 떡을 괴어 올린 편, 그리고 완자전, 고구마전, 어전 등 각종 전(煎)류와 회(瞺)가 진설되었다. 특히 육회는 소재종가에서 유일하게 익히지 않은 제수품이다. 한편, 조기나 계적(鷄炙)이 1열의 메와 갱과 같이 진열되었는데, 이는 제상이 작아 열이 밀려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11년 소재종가의 불천위 진설을 보면 Fig.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면(麵)이 신위 중심에서 우측, 육회가 신위 중심에서 좌측, 쌈이 3열에 진설되어 있다. 그리고 도적 외 육적, 계적, 자반이 별도의 소반에 놓여 우측에 진설되어져 있는데, 이는 불천위 제사의 진행에 따라 소반에 놓인 제수가 본상으로 배열되어짐에 따라 차이라 볼 수 없었다. 그러나 Fig. 1의 2015년 진설도와 큰 차이를 보인 제수품목은 면(麵)이 진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재 종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진설도는 Fig.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도적은 각각의 틀에 3적으로 나누워 진설하였고, 탕은 7탕을 진설하였으므로 과거에 비해 본 조사에서는 제수품목이 다소 축소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Fig. 2.

Disposition plan of Sojae Bul-chun-wi (Sang Museum 2011).

Fig. 3.

Disposition plan of Sojae Bul-chun-wi (owned in big family house).

2) 월간(月澗) 이전(李塡) 종가

월간 이전(1558∼1648)은 본관이 흥양(興陽)으로 조선중기 학자이며, 서애 류승룡의 문하생으로 동생인 창석 이준과 함께 상주에서 서애 류승룡 학통을 이어간 대표적 지역인물이다. 주자학(朱子學)에 능하였으나, 동생 창석이 벼슬을 하는 반면, 월간은 벼슬보다 백성의 삶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후학에 전념하였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의료원인 존애원(存愛院)을 우복 정경세, 남계 강응철, 창석 이준과 함께 창설하여 지역의 민생을 살피는 일에 열중하였다. 월간과 창석의 형제애는 우복 정경세의 글이나 월간문집, 창석의 연보 등 여러 분야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 중 ‘형제급난도’는 임진왜란 당시 동생 창석을 위기에서 구출한 경험담을 소재로 그린 그림이다. 지금도 형제애를 과시하듯 두 종가는 청리면 가천리에서 함께 거주하고 있다. 월간의 불천위는 음력 3월 12일이다(Sangju Museum 2011).

월간의 불천위 제수는 매우 소박하다. 평소 월간의 생활철학은 검약을 근본으로 하였기에 문중의 살림도 늘 넉넉하지 못하다고 하였다(Sangju Museum 2011). Fig. 4는 월간종가의 불천위 진설도로 보는 바와 같이 대부분 불천위 제사가 5열, 5탕을 기본으로 하는데 비해, 월간종가에서는 4열, 3탕(조개탕, 계탕, 육탕)을 진설하였다. 한편, 월간의 불천위 진설도에는 좌포가 아니라 우포를 진설하였는데, 경북지역에서는 드문 경우이다. 이에 대해 종가의 친족은 월간의 학문적 토대가 남인의 영향을 받아 우포를 실행하지 않을까 하고 짐작할 뿐이라고 하였다.

Fig. 4.

Disposition plan of Wolgan Bul-chun-wi.

3) 우복(愚伏) 정경세(鄭經世) 종가

우복종가의 근원은 진주 정(晋州 鄭)씨로 우복의 8대조인 정의생이 상주목사로 부임하면서 정착하였고, 이로 인해 진주정씨 상주파의 일문이 형성되었다. 현재 우복종가에는 2위의 불천위 제사가 있다. 한분은 우복 정경세(1563∼1633)로 서애 류성룡의 고제(高弟)로써 이황의 학문적 영향을 받아 영남학파의 계보를 류성룡으로 잇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후 이조판서, 양관대재학에 올라 국불천위를 하사받았다. 그리고 다른 한분은 입재(立齋) 정종로(鄭宗魯 1738∼1816)로 후진 양성과 학문증진에 주력한 대재학으로 향불천위로 추앙되었다(Sangju Museum 2011). 본 연구에서는 우복 정경세의 불천위를 조사하였으며, 두 불천위의 제수 차이는 탕의 개수로 구분될 뿐 다른 제수품은 같다고 하였다. 즉, 우복불천위는 7탕, 입재불천위는 5탕을 진상한다고 하였다. 상주시 외서면 우산리에 위치한 우복종가는 음력 6월 17일에 불천위 제사가 있다.

Fig. 5는 우복 불천위 제사 진설도이다. 진설도를 보면 5열은 과실류와 조과류를 진상하고, 4열은 나물류, 간장, 침채, 쌈을 배열하며, 3열은 탕류를, 2열은 면과 편을 진설한다. 마지막으로 1열은 메, 갱, 시접을 배열하였다. Kim MY(2006)에 의하면 가례집람(家禮輯覽)에 제왕은 7탕, 대부(大夫)는 5탕, 서인은 3탕을 진설하도록 기준을 제시하였는데, 우복선생은 7탕을 진설한다. 이는 안동지역 불천위 제사에서도 6탕 이상의 진설이 보이지 않아(Yoon SK 1996b), 우복 선생이 7탕을 진설한 점은 매우 의례적이나, 종가에서는 두 분의 불천위를 모시다보니 그 차이를 두려고 탕을 달리한 것이라 추측하고 있을 뿐이라고 하였다. 그럼에도 6탕을 올리는 퇴계종가를 고려하면 우복종가에서는 7탕을 올리는 것이 음양오행에 근거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재언하면 탕은 고기와 생선이 주(主) 재료이므로 양(陽)의 음식이기에 홀수로 하여야 한다는 가례집람(家禮便覽)(Park KL 2002)에 준해 7탕으로 정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그리고 적(炙)의 경우도 다른 종가에서는 어ㆍ육ㆍ계를 한 틀에 괴어 도적으로 진상하고, 다시 계적이나 어적을 중복으로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우복종가에서는 도적을 내지 않고 각각의 틀에 어적(魚炙), 육적(肉炙), 계적(鷄炙)을 별도로 진설하여 중복 진설하지 않았다.

Fig. 5.

Disposition plan of Ubook Bul-chun-wi.

그러나 2008년 종가의 제례와 음식(NRICH 2008)에서 우복종가의 불천위를 조사하고, 제시한 진설도(Fig. 6)에는 하나의 도적틀만 표시하고 있어, 3적이 각각 진설되고 있었던 본 조사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Fig. 6.

Disposition plan of Ubook Bul-chun-wi (NRICH 2008).

4) 입재(立齋) 조대윤(趙大胤) 종가

입재 조대윤(1638∼1705)은 조선 후기 학자로 검간 조정(1555∼1636)의 둘째 아들인 조영원(1577∼1640)의 손자다. 원래 풍양조씨는 같은 지역의 양진당 검간 조정의 문중으로 손자인 조대윤과 양진당에서 같이 기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시 대홍수로 양진당 종택도 피해를 입어 수리가 필요하게 됨에 따라 손자인 조대윤이 현재의 터인 오작당 종택으로 분가한 것이다. 따라서 분가 당시 단지 명문종가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후 조대윤의 5대손인 조목수(1736∼1807)가 불천위를 봉사 받게 되어 입재 조대윤 종가에 불천위를 모시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불천위를 봉사 받는 경우 분가가 원칙적이다. 왜냐하면 파시조가 대부분 불천위이므로 한 집안에 불천위가 2위를 모시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입재 종가에서는 파시조가 불천위가 아님에 따라 분가하지 않고 불천위를 모셔온 것이라 한다(Sangju Museum 2011). 입재 조대윤의 종가는 상주시 낙동명 승곡리 131-2번지에 위치하며, 종가의 조목수 불천위는 음력 3월 9일이다.

입재 종가의 불천위 진설도는 Fig. 7에서 보는 바와 같다. 소재종가(Fig. 1)와 마찬가지로 본 상에 도적으로 육적(肉炙), 계적(鷄炙), 어적(魚炙)을 괴어 진설하나, 좌측의 소반에 육적, 계적, 어적을 각각 진설한다. 그 외는 기본적으로 5열의 진설을 보이는데, 신위에서 가장 먼 5열에는 과실류와 조과류, 4열에는 나물 및 침채, 장, 3열에는 5탕, 2열에는 편과 도적, 어적(문어), 계적, 면, 1열에는 메, 갱을 진설한다. 한편, 입재종가에서는 문어를 진설하지 않는데 이번 불천위에서는 문어가 진설되었다고 하였다. 이는 제수를 가져온 문중을 고려하여 제관이 해마다 제수품의 진상을 조금씩 달리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과실류인 수박과, 유밀과, 딸기, 바나나, 강정 등은 본상이 좁아 4열과 3열로 밀려 곡설(曲說)되었다.

Fig. 7.

Disposition plan of Ipjae Bul-chun-wi.

이상 진설도를 고찰한 결과, 진설의 기본원칙인 조율시이(棗栗柿梨)는 조율이시(棗栗梨柿)와 혼재하고 있었고, 5열 과일의 진설은 양이나 종류가 점점 증가하다보니 3, 4열로 곡설(曲說)하였다. Luy CK(2009)에 의하면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 2품 이상은 5과(果), 6품 이상은 2과(果), 9품 이상 및 서인은 1과(果)를 진설하도록 구별하였으나, 오늘날 그와 같은 규범은 종가에서 찾을 수 없다고 하였다. 탕의 갯수도 사례편람(四禮便覽)에 제왕은 7탕, 대부(大夫)는 5탕, 서인은 3탕을 제시한다(Yoon SK 1996b)고 하였는데, 월간종가는 3탕, 입재와 소재종가는 5탕, 우복종가는 7탕을 진설하고 있어, 탕의 갯수에 대한 종가의 가가례(家家禮) 기준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정되어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소재종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불천위 진설도(Fig. 3)를 본 조사의 진설도(Fig. 1)와 비교해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탕의 갯수가 7개에서 5개로 줄어들었다.

한편, 제수의 기본은 주과포(酒果脯)라 한다(Kim MY 2006). 다른 제물은 없어도 주과포는 불천위 제사뿐만 아니라, 모든 제사에 반드시 진설되기 때문이다. 이 중 포(脯)는 좌포우혜(左脯右醯)의 원칙에 따라 제관 중심으로 좌측에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월간종가에서 우포를 진설하였다. 이에 대해 현재의 종손이나 문중에서도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좌포는 노론, 우포는 남인이라는 설(設)을 전하였다. 즉, 경상도를 낙동강 중심으로 동쪽인 안동, 영덕, 예천 등 동쪽 지역은 노론이 우세하였고, 서쪽인 상주, 선산, 합천, 진주 등으로 내려오는 남쪽 지역은 서인과 교류하는 남인으로 구분하였는데, 포의 위치가 그를 설명하고자 한 것일 수도 있다는 종가의 추론이 있었다. 그러나 Kim MY(2006)은 좌포가 노론이고, 우포가 남인이라는 설은 설득력이 없다고 하였고, 안동지역의 불천위에서는 좌포가 21위, 우포가 10위 있고, 퇴계종가에서는 유일하게 중포(中脯)로 진설되었다고 하였다.

2. 불천위제례 제수

Kim MY(2006)에 의하면 예기(禮記)에 밥과 국은 제후에서 서민에 이르기까지 차별이 없다고 하여 밥과 국이 제사의 기본음식이라 하면서도 어떤 제사에서도 빠지지 않는 술, 과일, 포가 제수 중 가장 주요 품목이라 하였다. 그리고 제사에 진상되는 제물은 지역 및 자연적 환경과 조상의 식습관 등 외적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으므로 집집마다 주변제물이 변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제물은 ‘반드시 차려야 할 음식’보다 ‘차려서는 안 되는 음식’ 즉 금기원칙이 제수품목을 결정한다고 하였다. 이는 일반제사에서도 제수음식에 고춧가루나 마늘과 같은 향이 진한 음식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과일 중에서도 복숭아를 사용하지 않으며, 어류 중에서도 ‘치’로 끝나는 생선은 사용하는 근거가 되었다.

한편, 제수품목에서 가장 위상을 과시하는 음식은 날고기이다(Kim MY 2006). Luy CK(2009)에 의하면 예기(禮記)에 큰 제사에는 날고기를, 작은 제사에는 익힌 고기를 사용하라고 하였는데, 불천위 제사에 날고기를 진상하는 것은 불천위가 큰 제사임을 표명하는 행위라 하였다. 날고기 제수품목은 주로 안동지역과 경북북부지역에서 보인다. Yoon SK(1996b)에 의하면 노론은 고기를 익혀서 사용하고, 남인은 날고기를 사용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안동권역을 벗어난 다른 경북지역에서 대부분의 종가는 익힌 고기를 사용하는 경향이 높았다(Lee SE 1982; Park MN 1999; Song YG 2000). 그리고 불천위 대상자의 생전 유언에 따라 제수에 영향을 받은 예로는 퇴계 이황이 유밀과가 사치스럽기 때문에 사후 제물로 사용하지 말라는 유언으로 제수로 사용하지 않는다(Yoon SK 1996a). 종가의 내력에 의한 예로는 충재종가가 시루떡을 잘 만들지 못하는 한 종부의 자살로 시루떡 대신 절편을 사용한다고 한다(Kim MY 2006).

식문화적 행위는 사회적, 구조적 주변의 영향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물의 선정에서도 불천위 제사라 할지라도 그 한계가 지역의 문화적 범위 안에서 변화되어 왔고, 시대적 환경의 영향 내에서 변화되어 왔을 것이다(Park KL 2002). 이에 상주지역 4종가의 불천위 제수를 조사한 결과는 Table 2, Table 3, Table 4와 같다.

Foods used in offerings (Meh, Myun, Geng, Fruit, Confection, Vegetable, Hoe, Ssam, Ganjang, Pyunchung) for sacrifice

Foods used in offerings (Tang, Juk, Jeon, Po) for sacrifice

Foods used in offerings (Pyun, Jaban, Jehju) for sacrifice

1) 메, 면, 갱

메는 제수의 기본이다. 현실에서의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제수로 빠지지 않는 품목이 메 즉 밥이다. Table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본 조사대상의 4종가 모두에서 메는 쌀밥으로 사용하였다. 면은 월간종가와 우복종가에서 직접 밀국수를 만들어 사용하였고, 소재종가와 입재종가는 가공품으로 대신하였다. 국수는 맹물에 삶아 국수건더기만 그릇에 담아 김이나 계란으로 고명을 하였다.

Yoon SK(1996a)은 종가에서 진설하는 갱의 종류를 크게 3가지로 정리하였는데, 콩나물, 무 등을 사용하는 채갱(菜羹)과 상어, 방어, 무, 다시마를 넣고 끓인 형갱(鉶羹), 그리고 미역국이라 하였다. 본 조사대상의 종가는 소재종가와 우복종가에서 탕국을 월간종가와 입재종가에서는 미역국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소재종가, 우복종가, 월간종가에서 갱을 탕의 소재인 육류, 어류, 다시마, 무 등 끓인 국물로 사용하였기에 갱은 엄밀히 분류하면 탕의 부산물이었다. 특히 월간종가는 탕의 국물에 미역을 넣어 미역국으로 재조리하여 탕국형태의 미역국을 갱으로 사용하였다. 한편, 입재종가에서는 3종가와는 달리 명태와 조개를 넣고 끓인 미역국을 갱으로 사용하였다.

2) 과실류, 과정류

과실류는 대추, 밤, 곶감, 배, 사과, 호두가 공통적으로 사용되었으나, 그 외 과실은 계절과일과 희귀성으로써의 수입과일이 사용되었다. 즉, 우복종가에서는 귀한 음식으로써 조상에게 먼저 받친다는 취지에서 바나나가 진설되어 왔고, 입재종가에서는 오렌지, 딸기, 바나나를 위시하여 감류가 곶감, 곶감쌈을 포함하여 3종을 포함하여 총 13종의 과실류가 진설되었다. 그러나 월간종가에서는 아무리 희귀한 음식이라도 외래 과실은 진설하지 않는다고 하여 시대적 변화에도 변함없는 종가의 규범을 볼 수 있었다. 대추는 대부분의 종가에서 건조된 대추를 그대로 진설하나, 입재종가에서는 대추징조를 사용하였다. Yoon SK(1996b)는 대추징조는 큰제사에 사용하는 제물로 대추를 쪄서 조청과 거피한 깨를 바르는 것이라 하였고, 안동의 불천위 종가에서도 일부 종가에서 보인다고 하였다.

과정류는 유과, 약과, 다식, 정과, 강정 등이 진설되었는데, 유과, 약과, 강정은 일반제품으로 시장에서 구입하여 사용하였고, 다식과 정과는 직접 종가에서 만들어 사용하였다. 소재종가의 다식으로는 흑임자다식, 콩가루다식이 사용되었고, 우복종가의 정과는 정해진 것은 없으나, 주로 당근과 연근, 도라지 정과를 만들어 사용한다고 하였다. 또한 우복종가에서는 약과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였다.

3) 나물류, 침채류, 쌈, 간장, 편청

고사리나물은 제수품목 중 가장 오래된 품목이다. 본 조사대상의 4종가 모두 고사리와 도라지를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청채(靑菜)로는 미나리와 시금치가 진설되었고, 백채(白寀)로는 콩나물, 무, 숙주가 사용되었다. 한편, 우복종가에서는 가지를, 입재종가에서는 묵은 취나물을 사용하였다. 침채류는 4종가 모두 물김치로 사용하였는데, 소재종가와 입재종가에서는 무, 배추, 당근, 미나리를 사용한 나박김치를, 월간종가와 우복종가에서는 배추 물김치를 사용하였다.

쌈은 4종가 모두 김을 사용하였고, 간장으로는 집간장을 사용하였다. 한편, 월간종가와 입재종가에서는 편청으로 꿀을 진설하였는데 편청은 조청이 사용되었으나, 월간종가에서는 편 맨 위에 두어 떡을 찍어 먹을 수 있게 진설하였다. 입재종가에서는 4열의 장과 함께 진설하였다.

Bae YD(1999)에 의하면 제사음식은 죽은 조상을 위한 음식이므로, 기본음식 위주의 일상음식과 모든 음식을 상징하는 특별한 음식이 함께 차려지는 상(床)이라 하였다. 그래서 한국의 기본식인 밥, 국, 찌개, 김치, 장, 나물 등의 기본음식이 제사상에는 메, 갱, 탕, 침채, 장, 나물로 차려진다고 하였고, 한국음식의 대표인 김치는 침채로, 된장은 간장으로 상징성을 가져 진설한다고 하였다.

4) 탕류

탕은 도적이나 편, 포와 마찬가지로 제사의 권위를 과시하는 제수 중 으뜸이다. 본 조사대상 종가 중 탕수가 가장 많은 종가는 Table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복종가로 7탕을 진설하였다. 즉, 쇠고기, 돼지고기, 계란, 오징어, 홍합, 다시마, 무를 끓여 건더기만을 각각의 제기에 담아 7탕으로 진설하였다. 이에 반해 5탕을 진설하기는 하지만 탕기를 하나만 사용하여 1탕처럼 보이는 입재공종가에서는 두부, 무, 배추, 소고기, 다시마를 끓여 건더기만 1개의 제기에 구획을 나누어 담았다. 5탕을 진설하는 소재종가는 육탕(쇠고기), 무탕, 두부탕, 조개탕(홍합), 어탕(명태)을 각각 건더기로 사용하였으며, 3탕을 진설하는 월간종가에서는 육탕으로 돼지고기를, 계탕으로는 닭똥집을, 조개탕으로 홍합을 사용하여 월간종가의 검소함과 재료의 융통성을 볼 수 있었다.

5) 적, 전

도적(都炙 혹은 都積 혹은 屠炙)은 계적, 육적, 어적을 한 제기에 담아 쌓아 올린 적(炙)을 의미하고, 적(炙)은 큰 상이나 제상(祭床)의 구이를 일컫는 용어이다(Yoon SK 1996b). 본 조사대상 종가의 적(炙)에 사용된 제수품을 살펴보면 Table 2에 보는 바와 같이, 소재종가에서는 도적으로 배추전, 부추전, 미나리전, 우엉전, 돼지고기 수육, 소고기산적을 괴어 엄밀히는 육적으로 진설하고 있고, 계적은 닭고기를 통째 삶아 별도의 제기에 담아 진설하였다. 그리고 어적의 제수로는 생선이나 문어와 같이 바다에서 생산되는 식품이 사용되고 있는데, 소재종가에서는 마른 오징어를 불려 적으로 구운 어갈랍을 어적으로 진설하였다.

월간종가에서는 어적, 육적, 계적의 순으로 하나의 제기에 도적을 괴어 올렸다. 즉, 하나의 제기(祭器) 위에 가오리찜, 명태찜, 파전, 부추전, 배추전, 미나리전, 깻잎전, 고구마전, 명태전을 괴운 뒤 돼지고기수육과 삶은 닭을 괴어 올렸다. 한편, 월간 종가에서는 소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가계가 어려웠던 탓도 있지만, 월간선생의 평소 철학이 청빈함이었으므로 이를 계승한다는 뜻에 여유가 되어도 소고기를 추가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우복종가는 상주지역에서 가장 세도가 큰 탓인지 도적을 어적, 육적, 계적으로 별도 제기에 사용하였다. 어적은 명태포, 잡산적, 명태전, 전유어, 소고기서래, 생 고등어, 데친 오징어, 데친 문어를 괴어 주변의 종가보다 화려함을 과시하였다. 육적은 돼지고기 수육에 소고기 서래를 괴어 진설하였고, 계적은 삶은 닭 2마리를 괴어 사용하였다.

입재종가에서는 육적과 어적이 합쳐진 도적과 계적, 어적이 진설되었다. 즉, 도적은 명태포, 찐 조기, 파전, 미나리전, 잡산전, 완자전, 돼지고기수육, 소고기서래, 황백지단의 순으로 괴어졌고, 계적은 삶은 닭 위에 황백지단을 덮었다. 그리고 어적으로 삶은 문어가 진설되었는데, 종손에 의하면 문어는 입재공 종가의 제수품이 아니었지만, 근래 제관들이 제사에 오실 때 가져와서 허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적(炙)은 불천위 제례의 신성(神聖)을 상징하여 생육을 사용하는 경우가 경북북부지역에서 특히 많은데, 본 조사대상의 4종가에서는 생육으로 생고등어, 생조기, 육회 정도에 불과하였다. 이에 대해 우복종가에서는 과거에 생육고기를 사용하였으나, 음복의 문제 등 이유로 오늘날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였고, 입재종가에서는 생육고기는 원래 사용하지 않고 육회나 소간, 천엽을 진설하였다고 하나, 현재는 손질이나 위생 등의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전은 적(炙)의 받침으로 사용되다보니 별도로 진설하는 종류가 적었다. 즉, 월간종가, 우복종가, 입재종가에서는 두부전이나 잡산적 1종만 진설하였다. 그러나 적의 받침이 적었던 소재종가에서는 완자전, 간납(잡산전), 고구마전, 두부전, 어전(동태전)을 별도의 제기에 괴어 진상하였다.

6) 포

포는 주로 말린 어육류가 재료가 되는데, 본 조사대상 종가에서는 대구포, 북어포, 문어다리와 같은 건어포가 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우복종가에서는 생조기를 받침으로 괴고, 그 위에 대구포, 육포, 문어다리포를 사용하였다. 이는 Yoon SK(1996b)가 1996년 우복종가를 조사할 당시, 껍질을 벗긴 통명태를 40마리씩 꼬지에 꿰어 다른 음식과의 높이를 조절하였다고 한 보고와 달라진 부분으로, 오늘날에는 통명태 대신 생조기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7) 편

불천위 대상의 위세를 과시하는 제수는 단연 적과 함께 편이다. 특히 편의 다양한 떡은 화려한 색상과 종류를 피라미드처럼 괴어 위용을 과시한다. 본 조사대상의 종가에서도 Table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편에 사용되는 떡의 종류가 기본이 5가지 이상이며, 같은 종류의 떡을 여러 층 쌓아 올려 괴었기 때문에 모든 제수 중에 가장 높다. 즉, 소재종가에서는 콩고물시루떡 7켜, 증편 1켜, 경단 1켜, 전 1켜, 조악 1켜 총 11켜를 괴었고, 월간종가에서는 시루떡 7켜, 찰떡 1켜, 쑥구리 1켜, 부편 1켜, 송편 2켜, 송기단자 1켜, 경단 1켜, 전 1켜, 조악 1켜 총 16켜, 우복종가에서는 쑥시루떡 9켜, 증편 3켜, 송편 2켜, 잡과편 2켜, 깨꾸리 2켜, 전 2켜, 조악 1켜 총 21켜, 입재종가에서는 쑥시루떡 7켜, 콩고물시루떡 6켜, 쑥절편 3켜, 경단 1켜, 잡과편 1켜, 전 2켜, 조악 2켜 총 22켜로 괴어 올렸다. 한편, 월간의 송편은 반달모양이 아닌 원모양의 송편을 만들어 사용한다고 하였으며, 일반 송편에 비해 크기가 2배 정도였다.

8) 자반, 제주

자반은 4종가 모두 찐 조기를 진상하였고, 술은 직접 제조하는 종가는 없고 사서 사용하였는데, 월간종가에서 막걸리를 사용하고, 다른 종가에서는 정종을 사용하였다.

Beak YY(2010)은 경북종가의 불천위 제례가 기일(忌日), 장소, 시간, 횟수 등에서 제관이나 종손, 혹은 현실적 편의성을 고려하여 빠르게 현대화하고 있다고 하고, 이에 비해 제사의 홀기는 아직도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므로 이를 기록화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본 조사대상 종가는 안동, 예천, 영주 등 경북북부 지역과 잦은 문화적 교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복종가 외에는 고등어, 방어, 돔베기와 같은 제물을 사용치 않았다. 이는 Lim HS et al (2008; 2009)이 보고한 종가의 제수가 지역성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 결과에 부합하는 것으로 상주지역이 농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이라 해안가의 식재료를 제수품목으로 사용하기에는 경제적 비용뿐만 아니라, 구입도 만만치 않아 어적에서 생물보다 건어를 사용한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특정 지역에서 지속되는 특정한 문화적 행위는 단순히 지역성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안동, 영주, 예천, 봉화 등 경북 산간지역이 해안가와 비교적 지리적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어, 방어, 돔베기와 같은 생물이 전통적으로 사용되어온 점(Yoon SK 1996b)을 고려하면 지역적 영향보다 경제적 여유나 과시, 혹은 전통적 관행 등 인위적 관례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요 약

최근 6차 산업이 부각되면서 종가문화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종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불천위제례에 대한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불천위를 모시는 종가는 안동지역을 중심으로 봉화, 영주, 예천, 상주, 영덕, 영양 등 주로 경북 북부지역에 집중되어 있는데, 경상북도 상주에서도 불천위를 모시는 종가가 14위나 되어 이들 종가를 대상으로 불천위 진설도와 제수 실태를 현장 조사하였다. 조사기간은 2014년에서 2015년 동안 진행되었고, 소재 노수신, 월간 이석, 우복 정경세, 조당 이목수의 불천위 제례를 조사하였다. 조사내용은 불천위 제수의 진설과 제수 품목, 조리법에 국한하였고, 심층인터뷰와 더불어 문헌을 비교 검토하였다.

  • 1. 진설의 열은 월간이 4열이고, 다른 종가에서는 5열로 진설하였다. 열에 따른 진설 품목은 5열이 실과류, 4열이 나물류, 3열이 탕류, 2열이 적, 편류 1열이 메, 갱, 면으로 구성되었다, 진설품목은 메, 갱, 면, 장, 포, 침재, 대추, 밤, 배, 감, 사과, 호두, 고사리, 도라지, 조기, 편, 쌈은 공통적이나, 적, 탕, 전, 나물류는 종가별로 차이가 있었다. 특히 탕은 우복종가가 7탕으로 가장 많고, 소재와 입재종가는 5탕, 월간은 3탕을 진설하였다.
  • 2. 적은 월간종가가 계적, 어적, 육적을 쌓아 올려 하나의 제기에 담아 도적으로 진설하였고, 우복종가는 계적, 어적, 육적을 각각의 제기에 담아 진설하였다. 그리고 소재종가와 입재종가는 계적을 별도로 진설하고, 육적과 어적은 하나의 틀에 담아 도적으로 진설하였고, 어적을 별도로 진설하여 이중으로 진설하였다. 포는 대구포가 주로 사용되었는데, 진설의 위치가 월간종가에서는 우포(右脯)로 진설되고, 다른 종가에서는 좌포(左脯)로 진설하였다.
  • 3. 제수품으로 생고기 사용 여부는 우복종가에서 생고등어, 입재종가에서 생조기, 소재종가에서 육회를 사용하는 정도였다. 즉,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조기와 같은 육어고기는 대부분 익혀 사용하였다. 그 외 대부분 제수는 무침이나 데치는 조리법을 많이 사용하였다. 갱은 미역국이 2종가, 탕국이 2종가였는데, 탕국은 탕의 식재를 삶고 남은 육수를 활용한 것이다. 특히 월간종가는 미역탕국을 갱으로 사용하였다.
  • 4. 제수품목 중 종가에서 주문하는 음식은 유과, 약과, 본편(시루떡, 찰떡, 증편, 경단), 술이고 나머지 대부분의 제수는 당일 종가에서 준비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불천위 제례의 음식문화는 의례적 요소가 강하다. 이러한 식문화는 종가의 권위를 상징하고, 대외적으로 표명하고자 했던 조선중기에 비교적 정착되었다. 하지만 조선후기 일제강점기와 전쟁, 산업화 등 역사적 격동기를 함께 하면서 종가의 불천위 제례 문화가 많은 변화를 거듭하였다. 문화는 그 자체만으로 한 시대를 파악하는데 의미가 있다. 종가의 통과의례 중 핵심적 문화행위인 제례, 그 중에서도 종가의 존재와 정체성에 직결되는 불천위 제례에 대한 현장조사와 그에 대한 고증연구는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15년도 농촌진흥청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PJ009976)이며, 이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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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Fig. 1.
Disposition plan of Sojae Bul-chun-wi.

Fig. 2.

Fig. 2.
Disposition plan of Sojae Bul-chun-wi (Sang Museum 2011).

Fig. 3.

Fig. 3.
Disposition plan of Sojae Bul-chun-wi (owned in big family house).

Fig. 4.

Fig. 4.
Disposition plan of Wolgan Bul-chun-wi.

Fig. 5.

Fig. 5.
Disposition plan of Ubook Bul-chun-wi.

Fig. 6.

Fig. 6.
Disposition plan of Ubook Bul-chun-wi (NRICH 2008).

Fig. 7.

Fig. 7.
Disposition plan of Ipjae Bul-chun-wi.

Table 1.

The subject of Bul-Chun-wi sacrificial ceremony and Head Family

Joungga(宗家) name Object of Bul-Chun-Wi Sadang (祠堂) Stay in jeongddaeg (宗宅) Day of sacrificial ceremony (lunar)
Ubok (愚伏) Jeonggyeongse (鄭經世) 17th June, 15th March, 15th September
Jeongjongro (鄭宗魯)
Suarm (修巖) Ryuiun (柳袗) × 13th January
Sojae (蘇齋) Nosusin (盧守愼) 7th April
Ipjae (立齋) Jommoksu (趙沐洙) 9th March
Wolgan (月澗) Leejeon (李塡) 12th March
Changseok (蒼石) Leejun (李埈) 16th June
Yangjindang (養眞堂) Jojeong (趙靖) × 20th July
Yaeryeonjae (愛蓮齋) Kangsin (姜紳) × Move into China
Saseo (沙西) Jeonsik (全湜) × 15th March, 15th September
Ugok (牛谷)
Leejae (頤齋) Jowooin (曺友仁) × 10th August
Nanjae (懶齋) Chaesu (蔡壽) × Recorded in document
Donggye (桐溪) Kweondalsu (權達手) × Recorded in document
Hoogye (后溪) Kimbeom (金範) × Recorded in document
Yacheon (野村) Seonmanyung (孫萬雄) × Recorded in document

Table 2.

Foods used in offerings (Meh, Myun, Geng, Fruit, Confection, Vegetable, Hoe, Ssam, Ganjang, Pyunchung) for sacrifice

Head-family foods Sojae Wolgan Ubook Ipjae
Meh (boiled rice), Myun (noodles), Geng (soup) Meh, Myun, Tangguk (boiled meat and vegitable) Meh, Myun, Miyeokguk (boiled sea weed) Meh, Myun, Tangguk Meh, Myun, Miyeokguk
Fruit, confection Jujube, chestnut, pear, apple, dried-persimmon, walnut, Yaksik (sweet rice with nuts and jujubes) Jujube, pear, chestnut, driedpersimmon, apple, melon, tangerine, watermelon, walnut Jujube, apple, pear, chestnut, watermelon, melon, banana, dried-persimmon, walnut, Jeonggwa,, Yakgwa (honey cookie) Jujube, chestnut, driedpersimmon, pear, melon, apple, persimmon, dried persimmon ssam, orange, strawberry, banana, walnut, Gangjeong, Yakgwa, watermelon
Vegetable Bracken, bellflower, beansprouts, water-kimchi, dropwort, spinach Bean sprouts, radish, spinach, bracken, bellflower, water-kimchi Branch, dropwort, bracken, bellflower, water-kimchi Dropwort, sukju, bracken, bellflower, bean sprouts, water-kimchi
Hoe (rawed), Ssam (wrapped), Ganjang (Korean soy sauce), Pyunchung (sweet syrup) Yukhoe, laver Laver, honey, Ganjang Laver, Ganjang Laver, Ganjang, honey

Table 3.

Foods used in offerings (Tang, Juk, Jeon, Po) for sacrifice

Head-family foods Sojae Wolgan Ubook Ipjae
Tang (boild) Yookktang (beef), Mutang (radish), Uhtang (dried-pollock), Jogaetang (sea mussel) Yooktang (chicken's anus), Jogaetang (sea mussel), Uhtang (dried-pollock) Yooktang (beef), Yooktang (pork) , Gehrantang (egg), Uhtang (squid), Jogaetang (sea mussel), Dasimatang (seaweed), Mutang (radish) Tang (beef), dubu, Dasima (seaweed) and Korean cabbage
Juk (steamed meats or fishes) Gehjuk (vegetables-jeon), cabbage, leek, dropwort, burdock, meat (boild pork and teriyaki beef), chicken (steamed), Yookjuk (dried-squid Jeon) Dojuk (dried stingray, dried pollock, Jeon (dropwort, sesame leaf, sweetpotato, Saengseonjeon (pollock), Suyuk (steamed pork), chicken Uhjuk (Saengseonjeon (pollock), Japsanjeon, Seonuea (Saengseonjeon), Serae (raw beef), raw mackerel, steamed squid and octopus), Yookjuk (steamed pork and beef), Gehjuk (steamed chicken) Dojuk (dried stingray, croaker, Pajeon (porrum), Minarijeon (dropwort), Japsanjeon (mixed jeon), Saengseonjeon (pollock), Wanjajeon (meatboll), pork, beef, Gidan (fried egg), Gehjuk(steamed chicken), Uhjuk (steamed octopus)
Jeon (fries) Wanjajeon (meatboll), Jeon (sweet potato), Dubujeon, Uhjeon (pollock), Gannap (dried squid) Dubujeon Japsanjeon (mixed jeon) Dubujeon
Po (dried fishes) Cod (dried), pollock (dried), octopus leg (dried) Cod (dried), octopus leg (dried) Honghap (dried sea mussel), cod (dried), Yukpo (dried meat), octopus leg (dried) Cod (dried), octopus leg (dried)

Table 4.

Foods used in offerings (Pyun, Jaban, Jehju) for sacrifice

Head-family foods Sojae Wolgan Ubook Ipjae
Pyun (rice cake) Konggomulsirutteok, Japgwapyun, Gyeongdan, Jeon, Joak Sirutteok, Chaltteok, Ggaegguri, Bupyun, Soungpyun, Sounggidanja, Gyeongdan, Jeon, Joak Ssuksirutteok, Jeungpyun, Soungpyun, Japgwapyun, Ggaegguri, Jeon, Joak Ssuksirutteok, Konggomulsirutteok, Ssukjeolpyun, Gyeongdan, Japgwapyun, Jeon, Joak
Jaban (salted fish) Croaker (steamed) Croaker (steamed) Croaker (steamed) Croaker (steamed)
Jehju (alcoholic) Jeongjong Makgeolli Jeongjong Jeongj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