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ast Asian Society Of Dietary Life
[ Originals ]
Journal of the East Asian Society of Dietary Life - Vol. 28, No. 1, pp.56-65
ISSN: 1225-6781 (Print) 2288-8802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28 Feb 2018
Received 22 Jan 2018 Revised 19 Feb 2018 Accepted 25 Feb 2018
DOI: https://doi.org/10.17495/easdl.2018.2.28.1.56

「원행을묘정리의궤(圓行乙卯整理儀軌)」의 병과류에 관한 연구

박은혜 ; 김명희
경기대학교 외식조리관리과
A Study of Byung-Gwa-Ryu(Korean Rice Cake and Cookie) in 「WonHeng Ulmyo Jeongri Euigwae
Eun-hye Park ; Myunghee Kim
Dept. of Foodservice & Culinary Management, Kyonggi University, Seoul 03746, Korea

Correspondence to: Eun-hye Park, Tel: +82-2-3673-5396, E-mail: grace9486@gmail.com

Abstract

Euigwae (儀軌) is an important source of information on Byung-gwa (餠果) of the royal court. This book written to provide descendants with a reference for use during important national events. Among many euigwae, Wonhaeng-Ulmyo-Jeongri-Euigwe (圓行乙卯整理儀軌) is particularly important because it provides a written record for royal banquets, and precisely describes the royal meal provided to the king for eight days, making it the only known record for daily meals in the palace. This meal was provided as part of the celebration of Queen Hyegyeong's (惠慶宮) 61st birthday, and King JeongJo (正祖) tried to emphasize the importance of Hyo (孝, being devoted to one's parent) in this event. The quality and class of set tables deffered by social status. The following is the analysis focusing on Queen HyeGyeong's set tables, which had the most dishes. In this study is recipes were analyzed Tteok and Hangwa, which were written in Wonhaeng-Ulmyo-Jeongri-Euigwe, based on culinary manuscripts written during the same period. During the 8 days, Queen Hyegyeong had Byunggwa on bangwasang, byeolbangwasang, jinchan and miumsang. Queen hyegyeong was served bangwasang 20 times. In addition, there were 12 kinds of tteok and 29 kinds of hangwa at bangwasang. On February 13, Queen hyegyeong's 61st birthday ceremony was held and the day's jinchan had 70 dishes that included 28 dishes of byunggwaryu without sweets and fruits. 19 Hangwaryu dishes and one gaksaekbyeong were stacked as high as 45 cm and placed in dishes. Byunggwaryu was not only easier to stack than other foods, but also more beautiful in color and shape, making the set menu looks gorgeous and abundant. This information provided in this study will help create new things based on korean history.

Keywords:

Euigwe, ByungKwa, Wonheng-Ulmyo-Jeongri-Euigwae

서 론

떡과 한과는 오랜 시간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발달해 온 음식으로 일상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통과의례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으며, 조상들의 자연관과 토속신앙도 반영되어 있다(Kim CY 1991). 또한 사계절에 나는 재료로 만든 시식과 각 절기마다 의미를 부여해 만들어 먹는 절식에도 병과는 중요한 음식이었다. 우리 민족의 식생활에 깊이 관여한 병과류에 대해 살펴볼 때, 한 시대의 음식문화를 주도하며 음식문화의 정수라고 불리는 궁중 음식을 통해 살펴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원행을묘정리의궤(圓行乙卯整理儀軌)」는 궁중연회에 관한 의궤 중 음력 윤 2월 9일 창덕궁에서 출궁하여 2월 13일 봉수당(奉壽堂)에서 진찬례가 베풀어지고 2월 16일에 환궁하기까지 8일간의 일정의 전모가 기록되어 있다. 원행을묘정리의 궤(1795)는 8일간에 드신 음식 내용도 자세히 기록되어 있으며, 궁중의 일상식에 관해서 전해지는 유일한 기록이다.

원행을묘정리의궤(1795)에 관한 연구는 수라상을 중심으로 본 연구(Kim SB 등 1989a)와 죽상ㆍ미음상ㆍ현륭원에서의 상차림을 중심으로 본 연구(Kim SB 등 1989b), 반과상을 중심으로 본(Kim SB 등 1990)이 있으나, 병과류를 중심으로 본 연구는 없었다. 또한 병과류에 관한 연구로 고서를 바탕으로 한 연구(Oh SD 2009; Kwon YS 등 2014)에 비해 궁중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 연구는 미비하였다.

궁중의 잔치 기록인 의궤는 한자로 기록되었으며, 음식명과 재료만 언급되고, 조리법에 대한 언급은 없다. ‘糕’와 ‘餠’은 떡을 뜻하는 한자로 주로 해석되나 ‘강고(薑糕)’나 ‘백자병(栢子餠)’ 등 앞뒤 문맥과 사용된 재료 등을 살펴보았을 때 떡이 아닌 과자인 경우가 있다. 이처럼 기록된 음식의 명칭을 한자 뜻으로만 해석하여 그 음식이 왜곡되기도 한다. 또한 궁중의 기록으로만 보아서는 그 음식의 조리법이 불분명하여 궁중의 기록과 동시대의 고조리서를 통한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궁중의 기록 중에 시사점이 높은 「Wonhaeng-Ulmyo-Jeongri-Uigwe(圓行乙卯整理儀軌)」 권 4의 찬품을 중심으로 떡과 과자가 올려진 상차림과, 재료, 조리법을 고조리서와 비교분석 및 분류하여 조리법과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자 하였다.


연구 방법

1. 연구대상

정조 19년(1795년)은 사도세자(思悼世子, 1735∼1762)와 자궁(慈宮: 惠慶宮洪氏, 1735〜1762)이 갑년(甲年)이 되고, 자전(慈殿, 英祖의 繼妃)이 51세가 되며, 정조 즉위 20년이 겹치는 해이다. 정조는 자궁과 자전에 각각 존호를 올리고 자궁, 청연군주(淸衍郡主), 청선군주(淸璿郡主)와 함께 화성의 현륭원(顯隆園)에 행행한 배경과 그 경위 절차에 대하여 기록한 것이 「Wonhaeng-Ulmyo-Jeongri-Uigwe(圓行乙卯整理儀軌)」이다(Hwang, 2002). 이 의궤는 권수 5권 부편 4권의 8책 이며, 이 중 권4 찬품(饌品)조에는 출발부터 환궁까지의 8일간의 일상식인 수라상, 죽상, 반과상 등과 연회식인 봉수당 진찬연과 양로연의 찬품의 내용이 자세히 적혀져 있다. 이 찬품을 중심으로 떡과 과자가 올려진 상차림과, 재료, 조리법, 기물에 대해 분석하였으며 본 행사의 중심이었던 혜경궁 홍씨에게 올려 진 상차림으로 한정하였다.

2. 분석방법

본 연구에서는 문헌고찰 및 질적 연구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분석방법인 내용분석 방법을 이용하였다.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여 각 부분에 담겨진 내용을 각 항목에 맞게 분류하고 정리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원행을묘정리의궤」의 병과류가 차려진 상차림

원행을묘정리의궤는 궁중의 일상식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의궤로 현륭원에서의 진찬의 상차림뿐만 아니라, 죽수라, 조수라, 주수라, 석수라 등의 수라상 외에 조다 소반과, 주다 소반과 야다 소반과, 미음상 등의 여러 상차림을 살펴 볼 수 있다. 행사의 중심이었던 혜경궁 홍씨(惠慶宮洪氏)에게는 이른 아침에 죽이나 응이, 미음 등의 유동식을 기본으로 마른 찬, 동치미, 젓국찌개 등을 올리는 초조반 상의 하나인 죽수라가 올려졌고, 조수라, 주수라, 석수라의 수라상과 다과상인 조다(早茶), 주다(晝茶), 만다(晩茶), 야다(夜茶)의 소반과상, 그리고 13일 봉수당에서의 잔치 때 진찬상이 올려졌다. 죽수라는 11일, 13일, 14일에 올려졌는데, 이는 9일, 10일은 궁에서 화성으로 향하는 여정길이었고, 12일은 원소행이었으며, 15일, 16일은 화성에서 궁으로 돌아가는 환궁길로 화성에 머문 11일, 12일, 13일에만 죽수라가 올려졌다. 반면 이동 중 이였던 9일, 10일, 12일, 15일, 16일은 미음이 올려졌는데, 미음은 이동 중에 지치신 몸을 보살펴 드리기 위해 올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차림들 중에서 병과류는 진찬, 소반과상, 미음상에 올려졌다.

20번의 반과상에는 빠지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병과류가 차려졌고, 19번의 미음상에는 산사(山査), 모과(木苽), 유자(柚子), 동아(冬苽), 배(生梨), 생강(生薑)등의 정과(正果) 1그릇이 매번 차려졌다. 반과상에서의 각색병(各色餠)은 어떤 종류의 떡이 차려졌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진찬 시 각색병은 그 종류와 재료가 기록되어 있어 반과상과 진찬상의 각색병의 기록을 비교하여 유추해 볼 수 있다.

2. 혜경궁 홍씨에게 올린 반과상의 병과류 종류

8일간의 여정 동안 혜경궁 홍씨에게 20번의 반과상이 올려졌다. 반과상은 소반과상(小盤果床)과 별반과상(別盤果床)으로 나누어지며, 소반과상(小盤果床)은 19회가 봉행되었고, 올리는 때에 따라 조다(早茶), 주다(晝茶), 만다(晩茶), 야다(夜茶)로 그 이름이 정해졌다. 별반과상(別盤果床)은 여정 중 10일에 화성에 도착하여 한번 봉행되었는데, 상차림의 구성이 다른 소반과상의 음식수가 12~19가지인 것에 비해 별반과 상은 25가지로 규모가 컸다.

혜경궁 홍씨에게 올려진 반과상에서의 병과류를 살펴보면 Table 1과 같다. 반과상에 올려진 병과류 중 떡은 각색병(各色餠) 14회, 각색 송병(各色松餠) 1회, 각색 인절미병(各色引切味餠) 2회, 각색 절병(各色切餠) 1회, 약반(藥飯) 10회로 총 5종류의 떡이 올려졌고, 그 중 각색병(各色餠)의 빈도가 가장 많았고, 약반(藥飯)이 그 다음으로 많이 올려졌다. 크게 보면 올려진 떡의 종류가 5가지로 보이지만, 각색병(各色餠)의 그 재료와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짓수는 더 많다. 한과류는 다식과(茶食果) 11회, 소약과(小藥果) 4회, 만두과(饅頭果) 5회, 각색강정(各色強精) 10회, 각색다식(各色茶食) 15회, 각색정과(各色正果) 19회, 각색 감사과(各色甘絲果) 2회, 조란(棗卵)ㆍ율란(栗卵) 13회, 강고(薑糕) 3회이며, 연사과(軟絲果)는 홍백의 두 색의 연사과가 4회, 삼색의 연사과가 2회로 올려졌다. 그릇에 따로 담았던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11종의 한과가 올려졌지만, 양색과 삼색으로 나누어져 올린 연사과를 하나로 보면 10종의 한과가 올려졌다. 한과류에서는 각색 정과가 20회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올려졌으며, 그 뒤를 각색다식(各色茶食), 조란(棗卵)ㆍ율란(栗卵), 다식과(茶食果) 등이 따르고 있다. 다식과(茶食果)와 만두과(饅頭果)는 한 그릇에 함께 고여 올리기도 했고, 다식과(茶食果)와 만두과(饅頭果)를 따로 그릇에 담아 올리기도 했으며, 조란(棗卵)ㆍ율란(栗卵)ㆍ강고(薑糕) 역시 조란(棗卵)과 율란(栗卵)만 한 그릇에 담아 고여 올리기도 했지만 강란과 함께 올리기도 했으며, 산약(山藥:마), 준시(蹲柿:곶감)와 함께 그릇에 담아 올져지기도 했다.

Byeonggwaryu on Jagung's Bangwasang

반과상에 병과류는 3∼9가지씩 차려졌는데, 오전과 낮 시간에 올리는 조다소반과(早茶小盤果), 주다소반과(晝茶小盤果), 주다별반과(晝茶別盤果)에는 6∼9종이 차려졌고, 늦은 오후와 밤에 차려지는 만다소반과(晩茶小盤果)와 야다소반과(夜茶小盤果)에는 3∼6종으로 오전이나 낮보다는 적은 양의 병과류가 차려졌다. 이는 병과류의 숫자뿐만 아니라, 오전과 낮에 올리는 조다소반과와 주다소반과에 차려지는 음식의 총 그릇 수가 16∼25가지로 늦은 시간에 올리는 만다소반과와 야다소반과의 음식의 그릇 수 12가지보다 많음과 관련이 있다. 그 중 13일에 올려진 만다소반과에는 가장 적은 종류의 병과류가 올려졌는데, 이는 13일이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 이후에 올려진 상차림이란 점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3. 윤 2월 13일 진찬(進饌)상차림에서의 병과류

윤 2월 13일은 원행을묘 행사의 백미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가 봉수당에서 치러졌다. 자궁의 연상인 자궁진어찬안(慈宮進御饌案)은 자기 그릇에 70그릇이 흑칠 족반에 차려졌다. 그 중 병과류는 28그릇이 차려졌다. 병과류에 중국에서 수입해서 쓰였다고 전해지는 팔보당(八寶糖), 인삼당(人參糖), 문동당(門冬糖) 등의 사탕류와 건포도, 유자, 석류, 배, 밤, 대추, 곶감, 잣, 마 등의 과일류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70가지의 음식 중 21기는 1척 5촌(약 45 cm)을 고였고, 나머지는 4촌∼1자 4촌(약 12∼42 cm)까지 고였으며, 약반(藥飯)이나 국물이 있어 고이지 않는 음식들은 고임의 높이가 표기되어 있지 않다. 1척 5촌으로 고인 21가지의 음식 중 20가지가 각색병(各色餠)과 한과류이고, 나머지 하나는 절육(截肉)이다. 한과류가 다른 음식에 비해 고이기 쉬운 연유이기도 하지만, 그 모양과 색이 아름다워 잔치상을 풍성하고 화려하게 보이기 위함이다. 단단한 유밀과나 유과류가 1척 5촌의 높이로 고인 것에 비해 조란(棗卵), 율란(栗卵), 강란(薑卵)은 그 경도가 유밀과나 유과류보다 낮아 1척의 높이고, 각색정과(各色正果)는 7촌의 높이로 고여졌다.

진찬 시 각색병(各色餠)은 백미병(白米餠), 점미병(粘米餠), 삭병(槊餠), 밀설지(蜜雪只), 석이병(石耳餠)이 편으로 쪄서 고이고, 각색절병(各色切餠), 각색조악(各色助岳), 각색 사증병(各色沙蒸餠), 각색 단자병(各色團子餠)은 웃기떡으로 쓰였다. 각색 절병(各色切餠)은 흰색, 치자로 색을 낸 노란색, 연지로 색을 낸 붉은색, 쑥과 감태로 색을 낸 초록색의 4가지임을 알 수 있고, 각색 조악은 검은콩과 실임자가 소로 들어가고, 송고, 치자, 쑥과 감태, 흰색의 4가지 종류가 만들어졌다.

진찬에서 한과류는 같은 종류의 음식을 한 그릇에 담아 고이지 않고, 유밀과는 대약과(大藥果), 만두과(饅頭果), 다식과(茶食果)를 세 그릇으로 나누어 고이고, 다식(茶食)은 흑임자, 송화, 밤, 산약, 연지와 오미자로 색을 낸 홍갈분(홍갈분)의 5색 다식을 다섯 그릇으로, 유과류는 홍매화강정(紅梅花強精), 백매화강정(白梅花強精), 황매화강정(黃梅花強精), 홍연사과(紅軟絲果), 백연사과(白軟絲果), 황연사과(黃軟絲果), 홍감사과(紅甘絲果), 백감사과(白甘絲果) 등으로 나누어 담는 등 진찬 시 상차림의 규모를 크고 화려하게 했음을 알 수 있다.

4. 「원행을묘정리의궤」의 병과류 분류 및 조리법

떡을 분류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으나, 크게 시루떡과 물편으로 나눌 수 있다. 시루떡 이외의 떡을 통틀어 물편이라 하며(Yun SK 1996), ‘물편’이란 단어는 국어사전에서도 ‘시루떡을 제외한 모든 떡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시루떡은 고물을 사용하지 않고 찌는 무리병과, 고물을 사용해 여러 켜로 찔 수 있는 켜떡으로 분류되고, 물편은 치는 떡, 지지는 떡, 빚는 떡으로 분류된다.

1) 떡의 분류별 분석 및 조리법

반과상에 올려진 각색병(各色餠)은 재료만 나열되어 어떤 종류의 떡들로 구성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반과상의 각색병에 쓰인 재료와 13일 진찬에서의 각색병(백미병, 점미병, 밀설기, 석이병, 각색절병, 각색조악, 각색 사증병, 각색단자병)의 재료를 비교해 보면 흑두(黑豆), 숙률(熟栗), 실임자(實荏子), 연지(臙脂), 감태(甘苔), 건강말(乾薑末)을 제외한 나머지 재료들은 진찬시의 각색병과 반과상에서의 각생병이 일치한다. 숙률은 생률로, 건강말을 건강으로 같게 본다면 흑두, 실임자, 연지, 감태 4가지 재료 외에는 반과상에서 각색병(各色餠)의 재료는 진찬시의 재료와 같으며, 이를 통해 반과상에 올려진 떡의 종류를 짐작할 수 있다. 20번의 반과상 중 14번의 상차림에 각색병이 올려졌는데, 10일 주다 별반과의 각색병의 고임 높이가 2배이고, 그 재료 분량도 2배 가량인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반과상 상차림에서 각색병(各色餠)에 쓰인 재료가 모두 같게 기록된 것으로 보아 14번의 각색병이 모두 같은 떡으로 볼 수 있다.

혜경궁 홍씨의 실제 환갑은 음력 6월 18일로 원행을묘 행사 이후 창경궁 연희당(昌慶宮延禧堂)에서 회갑잔치가 다시 거행되는데, 이때 자궁진어찬안에 올려진 각색병의 종류는 백설기(白雪只), 밀설기(蜜雪只), 석이설기(石耳雪只), 신감초설기(辛甘草雪只), 임자설기(荏子雪只)를 한 그릇에 담은 각색설기(各色雪只) 1기, 밀점설기(蜜粘雪只), 잡과점설기(雜果粘雪只), 합병(盒餠), 임자점설기(荏子粘雪只)의 각색밀점설기(各色蜜粘雪只) 1기, 임자절병(荏子切餠) 1기, 오색절병(五色切餠), 증병(蒸餠), 산병(散餠)의 각색 절병 급 증병(各色切餠及蒸餠) 1기, 7색 조악(助岳), 5색 화전(花煎), 석이포 급 석이단자(石耳包及石耳團子), 각색산삼(各色山糝), 잡과고(雜果糕), 당귀엽전(當歸葉煎), 국화엽전(菊花葉煎)의 각색조악 급 화전(各色助岳及花煎) 3기, 약반(藥飯) 등으로 22종의 떡이 8그릇으로 담아졌다. 전체적인 상차림의 규모가 창경궁에서의 회갑잔치에는 82기이고, 화성에서의 회갑잔치는 70그릇인 것으로 보아 떡의 종류가 화성에서 회갑잔치가 적었고, 2월에 화성에서의 잔치에 비해 6월 창경궁에서의 잔치는 당귀잎(當歸葉), 국화잎(菊花葉) 등 식재료에 계절적 차이를 보였다. 원행을묘행사는 이동 중에 가가(假家)를 지어 음식을 만들었고, 화성 봉수당에서의 회갑잔치는 이동 중은 아니었으나, 화성까지 식재료와 도구 등을 조달하여 만들어야 하는 한계점으로 인해 미리 만들어 놓을 수 없고 쉽게 상하는 떡의 종류가 적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원행을묘 행사 중 혜경궁 홍씨에게 올려진 떡의 종류를 분류하면 Table 2와 같다.

Classification of tteok(rice cake) in Wonhaeng-Ulmyo-Jeongri-Euigwe

(1) 무리병

백미병(白米餠), 삭병(槊餠), 밀설지(蜜雪只), 석이병(石耳餠)은 고물 없이 찐 무리병으로 백미병은 멥쌀에 찹쌀을 조금 섞어 검은콩과 대추, 껍질 벗긴 밤을 넣어 찐 시루떡이다. 백미병이라는 이름으로 고조리서에 기록된 떡은 없지만 1800년대 초의 「규합총서(閨閤叢書)」, 「조선요리법(朝鮮料理法)」,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등에 백설기, 흰물이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근래의 백설기처럼 아무것도 섞지 않고 찌거나 위에 잣을 고명으로 얹어 찐 경우도 있지만, 대추나 밤 혹은 콩을 섞어 찐 경우도 백설기(흰무리)라 하였다.

삭병이 정확히 어떤 떡인지 고조리서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의궤에 각색병에서 떡의 기록된 순서를 보면 백미병, 점미병, 삭병, 밀설지, 석이병, 각색 절병, 각색조악, 각색사증병, 각색단자병의 순서로 기록되어 있는데, 백미병부터 석이병까지는 편으로 쪄서 고였고, 각색 절병부터 각색단자병까지는 고임떡 위에 얹는 웃기떡의 순서로 기록되었다. 따라서 삭병은 웃기떡이 아닌 찰편의 한 종류로 볼 수 있으며, 오늘날의 쇠머리떡과 비슷한 종류로 보인다.

밀설지(蜜雪只)의 只는 이두로 음이 ‘기’여서 밀설기로 읽기도 한다. 밀설기는 ‘꿀편’으로 고조리서에 빈번히 기록되어 있는데, 「시의전서(是議全書)」의 꿀편을 토대로 원행을묘행사의 밀설기는 그 멥쌀에 찹쌀을 조금 섞어 꿀을 넣어 체에 내리고, 대추, 밤, 곶감, 잣을 고명으로 얹어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석이병은 석이편, 왼석이편, 석이병 등의 이름으로 고조리서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 중 「술만드는법」의 석이편의 기록을 토대로 그 만드는 법을 유추해 보면 멥쌀에 다진 석이버섯과 꿀을 넣어 체에 내리고, 대추, 생율, 곶감, 잣을 얹어 찐떡으로 볼 수 있다.

점미병은 찹쌀을 주 재료로 녹두 고물을 쓰고, 대추, 실생율, 곶감을 부재료로 한다. 녹두점증병, 녹두편 등과 같은 종류의 떡으로 볼 수 있으며, 그 만드는 법은 「시의전서(是議全書)」, 「조선요리법(朝鮮料理法)」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2) 물편

절병, 인절미병, 단자병은 물편 중 치는떡으로 분류된다(Oh SD 2009). 절병은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시의전서(是議全書)」,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정조지(鼎俎志)」,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등 여러 고조리서에 쑥, 송기 등의 재료로 색을 내 만드는 법이 기록되어 있다. 멥쌀을 가루내 찐 후 쳐서 떡살로 박아 모양을 낸 것으로 원행을묘행사의 각색절병(各色切餠)은 연지(붉은색), 치자(노란색), 쑥과 감태(초록색)의 3색 혹은 흰색을 포함한 4색의 절병이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인절미는 찹쌀을 찐 후 쳐서 고물을 묻힌 떡으로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정조지(鼎俎志)」와 「증보산림경제」의 ‘인절병방’, ‘시고방’, ‘잡과점병법’의 만드는 법에서 볼 수 있으며, 원행을묘행사의 인절미병은 적두와 실임자, 실백자는 고물로 쓰였고, 대조, 석이, 건시는 떡과 함께 쪄서 사용했을 것으로 유추된다.

단자는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구멍떡을 만들어 삶아 쳐서 고물을 묻히는 떡으로 삶는 떡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규합총서(閨閤叢書)」의 ‘유자단자’, 「시의전서(是議全書)」(1800년대 말)의 ‘석이단자’ 등 쪄서 익히는 법도 기록되어 있고, 삶거나 찐 후 쳐서 모양을 만드는 떡으로 본 연구에서는 치는떡으로 분류하였다. 원행을묘행사의 단자병은 찹쌀에 석이, 대조(大棗), 숙률, 쑥을 섞어 만들었거나 숙률은 떡소로 만들어 넣어 고물을 묻혔을 것으로 예상되며, 고물은 대추채나 실백자를 가루 내어 쓰였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원행을묘행사에 쓰인 송병(松餠)의 재료는 점미(粘米) 1말, 백미(白米) 8되, 흑두(黑豆) 7되, 대조(大棗)ㆍ실생률(實生栗)ㆍ청(淸) 각 2되, 실임자(實荏子) 3되, 계피말(桂皮末) 1량, 수근(水芹) 1단, 숙저육(熟猪肉) 8량, 진계(陳鷄) 2각, 표고(票古)ㆍ석이(石耳) 각 2홉이다. Kim SB(2004)는 송병은 두 가지 종류로 볼 수 있는데, 일반적인 송편과 또 하나는 채소와 고기를 소로 넣은 형태의 「시의전서(是議全書)」의 어름소편 종류라 하였다. 시의 전서의 어름 소편 경우에도 멥쌀이 주 재료였으나, 원행을묘정리의궤의 송병 주재료는 찹쌀임이 특이점이다. 정확한 조리법은 알 수 없으나, 시의전서의 어름소편과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정조지(鼎俎志)」의 찹쌀을 이용해 송편모양으로 빚은 떡인 ‘裹烝方(과증방)’을 통해 원행을묘행사의 송병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조악(助岳)은 찹쌀가루에 끓는 물을 넣어 반죽하여 소를 넣고 송편 빚듯이 빚어 기름에 지진 후 꿀에 집청하는 떡으로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정조지(鼎俎志)」, 「시의전서(是議全書)」 등에 기록되었다. 고조리서에 대추, 승검초, 밤, 치자주악 등 다양한 주악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소는 주로 팥 소를 많이 사용하였고, 집청 후 잣가루와 계피가루를 뿌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해 원행을묘행사의 각색 조악을 살펴보면 흑두(黑豆), 숙률(熟栗), 실임자(實任子)는 소로 사용되었고, 송고(松古), 치자(梔子), 쑥(艾)과 감태(甘苔)는 색을 내는 재료로 쌀가루에 섞어 사용되었으며, 꿀에 집청한 후 잣가루가 뿌려졌음을 알 수 있다.

사증병(沙蒸餠)은 어떤 떡인지 조리서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고 잘 알려지지 않은 떡이다. Chung GJ 등(2012)은 사증병은 곧 산승이라 하였다. 산승은 찹쌀가루를 익반죽해서 기름에 지진떡으로 「시의전서(是議全書)」, 「음식디미방(閨壼是議方)」 등에 흔히 만드는 법이 소개된 떡이다. 언문후생록(諺文厚生錄) 에서 한자로 표기된 사증(莎蒸)을 한글로 산승이라 기록했고, 「명물기략(名物紀略)」에서도 산승병을 곧 사증(莎蒸)이라고 기록해 사증병이 곧 산승임을 입증하고 있다(Fig. 1).

Fig. 1.

Eonmunhusaengnok(Jangseogak royal archives) and Myeongmulgiryak(Park JY et al.(2015). Hakgobang).

약반(藥飯)은 약식(藥食)이라고도 하며, 시대적으로 밥의한 종류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의궤에 기록된 순서도 떡의 뒤를 이어 기록되고 있으며, 근래에는 찌는 떡의 한 종류로 분류한다. 1795년부터 1902년까지 궁중의 연향에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찬품이며 그 명칭도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The Academy of Korean Studies, 2005). 약반(藥飯)의 재료에서 볼 수 있듯이 간장으로 간하는 떡 중의 하나이며, 찹쌀에 대추와 깐밤, 참기름, 꿀, 잣을 넣어 쌀을 가루내지 않고 왼 알로 찐 떡이다.

2) 한과의 분류별 분석 및 조리법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쓰인 과자류는 사탕류를 제외하면 29가지이다. 진찬 시에는 각색강정(各色強精)을 홍매화강정, 백매화강정, 황매화강정으로 각각 그릇에 담고, 각색연사과(各色軟絲果) 역시 홍연사과, 백연사과, 황연사과로 구분하여 고였으며, 감사과도 홍백의 두 가지로 따로 담았으나 이들은 고물의 종류만 다를 뿐 그 내용은 같아서 각색강정, 각색연사과, 각색감사과로 통합했다. 한과의 분류는 유밀과, 유과, 다식, 정과, 숙실과, 과편, 엿강정, 엿으로 통상 8가지로 구분하는데(Cho SH 등 2008; Chung GJ 등 2010), 「원행을묘정리의궤」는 유밀과, 유과, 다식, 정과, 숙실과의 5가지 분류의 과자류가 올려졌다(Table. 3). 이는 원행을묘 행사가 창경궁이 아닌 수원으로 이동하는 중 혹은 이동해서 차려진 상차림이라는 점에서 과자류의 종류가 한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쉽게 상하거나 변질되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만들 수 없는 과자류의 특성상 대부분의 과자류는 서울에서 만들어 완제품으로 들고 갔을 것으로 생각된다.

Classification of Hangwaryu in Wonhaeng-Ulmyo-Jeongri-Euigwe

강고(薑糕)는 9일 주다소반과에는 강고(薑糕)로, 13일 조다소반과에는 강과(薑果)로, 13일 진찬 시 자궁진어찬안에는 강란(薑卵)으로 표기되어 있다. 13일 조다소반과에는 조란(棗卵)ㆍ율란(栗卵)ㆍ강과(薑果)가 한 그릇에 담아 고여졌고, 13일 진찬 시 조다소반과에서의 강란의 기록 순서도 조란(棗卵)과 율란(栗卵)의 바로 뒤를 이어 기록되었다. 9일의 주다소반과의 강고(薑糕)는 율란(栗卵)ㆍ조란(棗卵)외에 산약(山藥)ㆍ준시(蹲柿)와 함께 그릇에 담아지긴 했지만 그 재료에 쌀가루는 없으며, 의궤의 기록 순서가 떡이 가장 먼저 나오고 과자류, 음청류, 음식류 등이 뒤를 이어 나오는 것으로 보아 9일 주다소반과의 강고(薑糕)는 과자류의 중반부에 기록되어 있어 ‘떡 糕’자가 쓰였지만 이는 떡이 아니고 숙실과의 한 종류인 강란임을 알 수 있다.

(1) 유밀과(油蜜果)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유밀과류는 다식과(茶食果), 만두과(饅頭果), 대약과(大藥果), 소약과(小藥果), 요화과(蓼花果)가 기록되어 있다. 약과는 「음식디미방(閨壼是議方)」, 「요록(要錄)」, 「주방문(酒方文)」, 「산가요록(山家要錄)」,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정조지(鼎俎志)」, 「술만드는법」 등 1600년대 고조리서부터 1900년대의 기록까지 빈번히 기록되어 조선시대에 약과가 성행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기록의 약과 만드는 법은 주로 밀가루에 꿀이나 조청, 참기름, 술을 넣어 반죽해 네모지게 만들어 기름에 튀겨 집청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대약과와 소약과는 그 재료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 같이 약과를 만들어 그 크기에 따라 명칭을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다식과(茶食果)는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정조지(鼎俎志)」, 「시의전서(是議全書)」 등에 그 만드는 법이 기록되어 있으며, 약과와 같은 방법으로 하여 다식판이나 다식과판에 박아 기름에 지져 만든다.

만두과(饅頭果)를 만드는 법 역시 여러 고조리서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중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의 기록이 「원행을묘정리의궤」의 만두과의 재료와 유사하다. 반죽은 약과를 만드는 방법으로 송편 모양같이 만들고 대추살과 곶감의 재료로 소를 만들어 기름에 지져 집청하고 잣가루를 섞는다고 했다. 이를 통해 「원행을묘정리의궤」의 만두과의 재료 중 대추, 황률, 곶감은 만두과의 소의 재료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요화과(蓼花果)는 요화대, 요홧대 등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원행을묘정리의궤」의 요화는 주재료가 진말(眞末)로 유밀과로 분류할 수 있다.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에서 속낙깨에 설탕을 섞어 끓는 물에 반죽하여 강정처럼 기름에 지져 조청을 바르고 건반을 튀겨 묻힌다고 하였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서의 요화는 메밀가루 대신 진말(밀가루)가 사용되었고, 고물은 쌀을 쪄서 말린 건반을 튀겨 쓰였으며, 백요화는 흰색 건반이, 홍요화는 건반을 지초 기름에 튀겨 붉은색 건반이, 황요화는 건반을 튀겨 송화가루와 섞어 황색으로 만들어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2) 유과(油果)

「원행을묘정리의궤」에서는 각색강정(各色強精), 각색연사과(各色軟絲果), 각색감사과(各色甘絲果)의 유과류가 쓰였다. 각색강정은 1600년대의 「주방문(酒方文)」, 「음식디미방(閨壼是議方)」부터 그 이후로 많은 고조리서에 기록되어 있다. 그 만드는 법은 주로 찹쌀을 섞여있는 멥쌀이나 나락을 모두 골라내고 물에 오래 담가 가루 내어 술과 섞어 찐 후 안반에 놓아 치고 썰어 말려 기름에 지진 후 집청하여 고물을 묻혔다. 「원행을묘정리의궤」의 각생강정은 그 재료로 보아 고물의 종류가 세건반 뿐만 아니라, 실백자, 실임자, 송화도 사용되어 다양한 색의 강정을 만들어 올렸음을 알 수 있으며, 진찬 시에는 고물로 점조(粘租)를 써서 백매화, 홍매화, 황매화 강정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매화강정의 고물로 쓰인 점조(粘租)는 차조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으나, ‘租’는 벼, 겉곡의 뜻으로 점조는 도정하지 않은 찰 나락을 뜻한다. 따라서 찰나락을 볶아 튀게 하여 만든 매화모양의 고물을 흰색 그대로 사용하거나 지초 기름으로 색을 내 붉은색의 고물을 만든 것이다. 매화산자는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정조지(鼎俎志)」, 「규합총서(閨閤叢書)」, 「시의전서(是議全書)」 등의 고조리서에서 기록되어 있으며, 「원행을묘정리의궤」의 진찬(進饌)에도 홍매화강정, 백매화강정, 황매화강정이 등장하고, 그 재료에 점조가 있어 점조가 찰나락 임을 뒷받침해준다.

연사과는 「규합총서(閨閤叢書)」 등에서 그 만드는 법을 언급하고 있다. 찹쌀로 강정같이 반죽하여 쪄서 치고 비치도록 얇게 밀어 네모지게 썰어 말려 지지고 꿀을 묻혀 잣가루 등 고물을 입혀 만든다. 연사과는 산자와 유사하나 그 크기가 산자보다 작고 두께를 얇게 한 것이 특징이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는 홍백 세건반, 실백자, 점조로 만든 홍백 찰나락이 고물로 사용되었다.

감사과는 「규합총서(閨閤叢書)」, 「시의전서(是議全書)」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반죽과 찌기를 강정(유과) 만드는 것과 같이 하여 쳐서 말려 꽂전 지지듯 하라고 기록되어 있다. 18∼19세기의 「언문후생록(諺文厚生錄)」에 감사과의 모양이 그려져 있는데 Fig. 2와 같다. 감사과의 특징은 특이한 모양뿐만 아니라, 세 개의 기록 모두 고물 없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Fig. 2.

Gamsagwa in Eonmunhusaengnok(Jangseogak royal archives).

「원행을묘정리의궤」에서 감사과는 반과상에는 2차례 올려졌고, 진찬 시에는 홍백의 감사과 두 그릇에 나누어져 고였다. 반과상에 올린 감사과에는 점미, 실임자, 실백자, 세건반, 흑임자, 송화, 신감초, 점조의 강정류에 쓰이는 고물이 재료로 기록되어 있는 것에 반면 진찬 시 올려 진 감사과에는 고물이 쓰이지 않았다. 1848년 헌종대의 진찬의궤의 대왕 대비전진어찬안과, 1877년 고종의 진찬의궤의 대왕대비전 진어찬안에 올려진 감사과의 재료에도 고물로 쓰이는 재료의 기록이 없고 지초, 갈매 등 색을 내는 재료만 있는 것으로 보아 감사과는 주로 고물 없이 만드는 유과류로 볼 수 있다.

(3) 다식(茶食)

「원행을묘정리의궤」에는 율다식(栗茶食), 흑임자다식(黑荏子茶食), 송화다식(松花茶食), 갈분다식(葛紛茶食), 산약다식(山藥茶食)이 올려졌다. 율다식은 밤을 말려 만든 황률을 가루내어 꿀로 반죽해 박아 낸 것이고, 흑임자 다식은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는 검은깨를 9번 찌고 9번 말려 껍질을 제거 후 가루 내어 만들었으나, 그 외 「술만드는법」, 「규합총서(閨閤叢書)」 등에는 흑임자를 볶아 가루 내어 꿀에 반죽해 다식판에 박아낸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고조리서에는 갈분다식보다는 녹두의 전분에 오미자와 연지로 붉은 색을 들여 녹말다식을 만든 기록이 더 빈번히 등장한다. 갈분다식은 「시의전서(是議全書)」에 갈분에 생강즙을 타서 꿀로 반죽해 박는다고 기록되고 있으나, 「원행을묘정리의궤」의 갈분다식 재료에는 생강은 없고 오미자와 연지가 있는 것으로 보아 고조리서에 기록하고 있는 녹말 다식과(茶食果) 그 만드는 법이 같으나 녹말 대신 갈분을 사용해 다식을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다. 산약다식은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정조지(鼎俎志)」에서 마를 쪄서 껍질을 벗기고 찧어 체에 내려 꿀로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거나 물에 담가 갈아서 건지는 거르고 앙금을 볕에 말려 꿀로 반죽해 다식판에 박는다고 설명하고 있다(Lee HJ 등 2007). 조선시대 궁중의 기록에 산약다식은 원행을묘정리의궤에 단 한번만 기록되어 있다(Oh SD 2012).

(4) 정과(正果)

원행을묘 행사에는 연근, 산사, 감자, 유자, 배, 모과, 동아, 생강, 두충, 길경정과가 쓰였다. 감자(柑子)정과는 귤정과를 뜻하는데,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정조지(鼎俎志)」, 「규합총서(閨閤叢書)」, 「시의전서(是議全書)」 등에 그 만드는 법이 기록되어 있으며, 껍질과 흰 속껍질까지 모두 벗기고 제사에 쓸 때는 가로로 썰고 먹는 것은 쪽으로 하여 꿀이나 설탕에 재워 쓴다고 하였다. 동아정과는 그 만드는 법이 다른 정과들과 조금 차이를 보인다. 1450년대 「산가요록(山家要錄)」에서부터 많은 고조리서에 그 만드는 법이 기록되어 있는데, 석회가루를 물에 섞어 동아를 담가두었다가 건져 다시 그 석회물을 토하게 하여 꿀로 정과를 만든다.

(5) 숙실과(熟實果)

「원행을묘정리의궤」에는 조란(棗卵), 율란(栗卵), 강란(薑卵)이 올려졌는데, 대추와 밤, 생강을 곱게 다져 달게 졸인 후 원래의 모양으로 빚어 만든 것이다. 조란의 재료에 황률이 쓰이는데 「언문후생록(諺文厚生錄)」에 조란법에 의하면 대추를 씨 빼고 곱게 다져 꿀로 반죽하여 율란을 넣어 빚어 본래의 대추 모양으로 빚으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황률은 조란의 소로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밀조, 민강, 귤병은 「원행을묘정리의궤」에 그 재료는 소개되어 있지 않고 완성품의 분량만 기록하고 있다. 밀조는 대추를 꿀에 조린 것이고, 민강은 생강 건정과, 귤병은 귤정과의 한 종류로 보여지며, 이 외에도 족병도 의궤에 그 재료를 기록하지 않고 완성품의 분량만 기록한 경우도 종종 찾아 볼 수 있다.


요약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원행을묘정리의궤」 원본에 기록된 떡과 한과를 14권의 고조리서를 토대로 분석하였으며, 자료가 부족한 부분은 마지막 주방상궁 한희순으로부터 전수되어 내려오는 조리법을 참고하였다.

8일간의 여정 동안 혜경궁 홍씨에게 올려진 상차림 중 반과상과 미음상, 진찬상, 소별미상에 병과류가 올려졌다. 그 중 가장 많이 차려진 20번의 반과상에서 병과류는 각색병(各色餠)을 하나로 보면 5종류가, 각색병(各色餠)의 개별 떡으로 보면 12종류의 떡이 올려졌으며, 한과류는 29종이 올려졌다. 반과상에서 병과류는 3∼9가지씩 차려졌는데, 떡이나 한과를 올릴 때 한상에 떡과 한과 분류의 중복이 많지 않게 올려 다양한 병과류를 올렸다.

윤 2월 13일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 진찬에는 70기가 차려졌는데, 사탕류와 생과류를 제외한 병과류는 28기가 차려졌다. 진찬에서 고임음식 중 1척 5촌(약 45 cm)이 가장 높은데, 21기가 1척 5촌의 높이로 고여졌고, 이중에 20가지가 각색병(各色餠) 1기와 한과류 19기이다. 한과류가 다름 음식에 비해 고이기 쉬운 연유이기도 하지만 그 모양과 색이 아름다워 잔치상을 풍성하고 화려하게 보이기 위함으로 떡과 한과는 잔치 상차림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궁중연회상에 차려졌던 과정류의 종류는 유밀과, 강정류, 다식, 정과, 숙실과, 병, 당, 전약 등이었는데(Lee HJ 1986), 과편이나 전약과 같은 이동 중 쉽게 망가지거나 변질되는 종류는 쓰이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는 「圓行乙卯整理儀軌」의 원본을 토대로 분석하였으나, 데이터 이용에 한계점이 있었다. 의궤에 기록된 내용이 상세하지만 사실 여부를 알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10일의 주다소반과는 初九日(9일)로 기록되어 있지만 바로 앞에 初十日肆覲站(10일 사근참)으로 기록된 오기도 찾아 볼 수 있어서 다른 부분에 오기로 보이는 부분의 사실 여부를 알기 어렵다. 또한 의궤에는 음식의 명칭과 재료만 기록되어 있을 뿐 만드는 법은 기록되어 있지 않아 모든 찬품의 조리법을 명백히 알 수는 없었으며, 이동 중에 임시 주방을 설치해 음식을 만드는 행행식(行幸食)이라는 점의 한계도 있다.

「원행을묘정리의궤」는 질적, 양적으로 의궤의 백미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으며, 식문화면에서는 궁중의 일상식을 기록한 유일한 의궤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선시대 후기의 병과류에 관한 연구는 조선시대를 통틀어 흐름을 읽는 연구이거나 한 종류의 병과를 조선시대의 기록을 토대로 본 연구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원행을묘정리의궤」 중심의 연구도 음식에 집중되어 있었다. 따라서 원행을묘 정리의궤의 병과류를 종류별 분류 및 재료ㆍ조리법을 살펴보아 각 종류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자 하였다. 궁중에서도 떡과 한과는 잔치와 일상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잔치 상차림에서 가장 높게 고여 잔치를 더욱 풍성하고 화려하게 해주는 음식의 대부분이 떡과 한과였으며, 일상식에서도 소반과상이나 미음상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궁중의 기록과 고문헌을 통한 병과류의 연구는 한국의 식문화의 근간을 연구하는 것으로 빠르게 변하는 현대음식문화에 전통성과 영감을 주는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2018학년도 경기대학교 대학원 연구원장학생장학금 지원에 의하여 수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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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Fig. 1.
Eonmunhusaengnok(Jangseogak royal archives) and Myeongmulgiryak(Park JY et al.(2015). Hakgobang).

Fig. 2.

Fig. 2.
Gamsagwa in Eonmunhusaengnok(Jangseogak royal archives).

Table 1.

Byeonggwaryu on Jagung's Bangwasang

Date Gak saek byeong 각색병 Gak saek song byeong 각색송 병 Gak saek injeolmi byeong 각색인 절미병 Gak saek jeol byeol 각색절 병 Yak ban 약 반 Da sik gwa 다 식 과 Soyak gwa 소약과 Man du gwa 만 두 과 Gak saek gang jeong 각색강 정 Gak saek dasik 각색다 식 Gak saek jeong gwa 각색정 과 Gak saek gam sagwa 각색감 사과 Gak saek hong baek yeon sagwa 각색 홍백연 사과 Sam saek yeon sagwa 삼색연 사과 Joran Yulran 조란 율란 Gang go 강고
9 Joda(조다)
Juda(주다)
Yada(야다)
10 Juda(주다)
Byeol(별반과)
Yada(야다)
11 Juda(주다)
Yada(야다)
12 Juda(주다) Hwaseong
Juda(주다) Wonso
Yada(야다)
13 Joda(조다)
Manda(만다)
Yada(야다)
14 Juda(주다)
Yada(야다)
15 Juda(주다) Sageun
Juda(주다) Siheung
Yada(야다)
16 Juda(주다)

Table 2.

Classification of tteok(rice cake) in Wonhaeng-Ulmyo-Jeongri-Euigwe

Classification Items
Sirutteok(시루떡) Muribyeong(무리병) Baekmibyeong(백미병), Sakbyeong(삭병), Milseolji(밀설지), Seokibyeong(석이병)
Keotteok(켜떡) Jeommibyeol(점미병)
Mulpyeon(물편) Chineun tteok(치는떡) Jeolbyeong(절병), Injeolmibyeong(인절미병), Danjabyeong(단자병)
Bitneuntteok(빚는떡) Songbyeong(송병)
Jijineuntteok(지지는떡) Joak(조악), Sajeungbyeong(사증병)

Table 3.

Classification of Hangwaryu in Wonhaeng-Ulmyo-Jeongri-Euigwe

Classification Items
Yumilgwa(유밀과) Dasikgwa(다식과), Mandugwa(만두과), Deayakgwa(대약과), Soyakgwa(소약과), Yohwagwa(요화과)
Yugwa(유과) Gaksaekgangjeong(각색강정), Gaksaekyeonsagwa(각색연사과), Gaksaekgamsagwa(각색감사과)
Dasik(다식) Yuldasik(율다식), Heukimjadasik(흑임자다식), Songhwadasik(송화다식), Galbundasik(갈분다식), Sanyakdasik(산약다식)
Jeonggwa(정과) YeongeunJeonggwa(연근정과), SansaJeonggwa(산사정과), GyulJeonggwa(귤정과), YujaJeonggwa(유자정과), BaeJeonggwa(배정과), MogwaJeonggwa(모과정과), DongaJeonggwa(동아정과), SaenggangJeonggwa (생강정과), DuchungJeonggwa(두충정과), GilgyongJeonggwa(길경정과),
Suksilgwa(숙실과) Joran(조란), Yulran(율란), Gangran(강란), Miljo(밀조), mingang(민강), Gyulbyeong(귤병)